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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이사야서

<서로 변론하고 수용할 수 있다면> 이사야 1장 18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 같이 희게 되리라 19 너희가 즐겨 순종하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먹을 것이요 20 너희가 거절하여 배반하면 칼에 삼켜지리라 여호와의 입의 말씀이니라 초등학교 때 입학을 하고 1학년과 2학년 사이에 3번의 전학을 했었다. 직장과 주거가 일정치 않은 아빠를 따라 계속 전학을 하면서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부모는 이사하면서 점점 더 심하게 싸우고 계모는 자기 자식들을 데리고 대구 언니 집에 가서 오지 않는 날이 많았고 나와 오빠는 방치되었다. 오빠는 나보다 2살이 많아서 이리 저리 다녔고 나만 혼자 있는 날도 많았다. ..
<서로 변론하고 수용할 수 있다면>

이사야 1장
18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 같이 희게 되리라
19 너희가 즐겨 순종하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먹을 것이요
20 너희가 거절하여 배반하면 칼에 삼켜지리라 여호와의 입의 말씀이니라

초등학교 때 입학을 하고 1학년과 2학년 사이에 3번의 전학을 했었다. 직장과 주거가 일정치 않은 아빠를 따라 계속 전학을 하면서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부모는 이사하면서 점점 더 심하게 싸우고 계모는 자기 자식들을 데리고 대구 언니 집에 가서 오지 않는 날이 많았고 나와 오빠는 방치되었다. 오빠는 나보다 2살이 많아서 이리 저리 다녔고 나만 혼자 있는 날도 많았다.

전학을 하자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일어나서 책을 읽으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읽는 것을 들으시던 선생님은 "누가 쫓아오냐? 왜 이리 급하게 읽니?"라고 하셨다. 누군가 잡으려고 쫓아오는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있었다.

그런 마음이 어려서부터 형성이 되어 반복되었기에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만 겨우겨우 학점을 따고 졸업을 했다. 억압이 심해서 그런지 사람들 앞에서 아는데 말이 잘 안 나오고 자꾸만 다른 사람들에게 묻어서 가려고 하는 성향이 나도 모르게 발현되었다. 일을 맡아서 하면 내가 판단하고 정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상사에게 어떻게 할지 내내 답을 요구하고 승인을 요구했었다.

누군가 칼을 들고 쫓아오는 듯한 환상과 두려움이 나를 내내 지배해서 나는 결국 회사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가정에서 있었던 일들은 회사에서 혼란스럽게 반복되었다. 계모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이상하게 여자 상사와 여자 부하직원에게서 반복되어 나타났다.

회사에서 일하는 능력 중에 가장 큰 능력은 소통의 능력인데 나는 정서적으로 병들어서 소통의 기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으면서도 메타인지가 낮아서 그런 부분의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늘 내가 잘났음을 입증하려 들었다. 결국 사람들은 다 등을 돌리고 설자리가 좁아져서 손을 들고나오곤 했다.

하나님은 죄로 물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서로 변론해 보자라고 하신다. 먼저 손을 내밀어서 서로 이야기해 보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희게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그 관계를 책임지시고 서로 터놓고 변론하면 그 죄의 문제를 해결해주리라고 약속하신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나아가면 된다.

그러나 나는 부모와 상사와 동료에게 나를 변론할 수 없었다. 나도 내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고 나의 신경 발달 장애를 이해하지 못해서 상대가 나를 악의적으로 보면 그게 아니라고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었다. 부모를 믿지 못했고 상사도 한두 번 이야기해 보니, 듣는 척만 하고 아무것도 나를 위해서 하지 않았다. 동료도 변명을 하면서 잇권을 놓지 않으려고만 들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평행선을 그리다가 다들 나를 싫어하고 내가 문제라고 하니 내가 빠져주겠다는 심정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도 선의를 믿고 거듭거듭 변론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이제 와서 후회가 된다.

부모는 자신들의 삶의 문제, 각자 원래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었고 둘이 살면서 더 많은 문제를 양산하는데 그 문제를 나를 쫓아와서 나에게 자꾸만 은근슬쩍 떠민다. 둘이서는 행복할 수 없어서 삼각관계를 맺고 자꾸만 희생양을 만든다. 그냥 헤어지면 속 편할 것 같은데 손해나는 짓은 안 하고 남을 희생양으로 손쉽게 구하는 듯했다. 나는 부모가 늘 칼을 들고 쫓아오는 것 같은 숨 막히는 증상을 겪고는 한다. 자신들이 스스로 자처한 희생, 그리고 스스로 벌인 문제들이 수습이 안되니 나에게 자꾸만 넘기는데 죽을 것만 같았다.

자꾸만 도망치고 자꾸만 오해하면서 따라오는 부모를 따돌리면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연락을 하지 않는데도 나는 그런 의식구조에서 벗어나기가 힘이 들고 괴롭다. 내 입장을 글로 써서 보냈지만 그들은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당장 자신들의 삶이 너무 무거워서 깔고 앉을 자식이 필요한데 자기 자식은 아깝고 전처의 자식인 나와 오빠를 자꾸만 희생시키려고 소환한다.

그런 쫓기고 쫓기는 관계와 숨 막히는 관계를 이제는 인정하고 내 팔자려니, 내가 태어나서 견뎌야 하는 일이려니 수용하려고 한다. 하나님같이 서로 변론해 보자, 툭 터놓고 이야기해 보자 이렇게 말할 능력이 안되는 부모이니 내가 능력이 되어서 한번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 섭섭한 것이 무엇인, 제대로 대화가 될지는 몰라도 내가 먼저 제안을 해보고 싶지만, 나는 아직 학대당한 어린아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쩌면 하나님은 그들을 부모로 보낸 것이 아니라 사고 치는 자식 같은 입장으로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나에게 자식같이 굴면서 내가 자기 인생을 자신들의 자식을 책임져주기를 바란다. 왜곡된 관계를 서로 맺으면서 그런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거기에 필요한 대가를 내가 그저 치러서 자기들을 편하게 해주기만을 바란다. 나는 그런 쫓기는 가학적인 관계가 인연을 끊었음에도 견딜 수 없이 괴롭다.

그런 괴로움마저 내가 나로 태어나서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수용을 해본다. 내가 나라서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 크고 이해의 폭은 계속 넓어져만 간다. 떨어져도 괴로움이 있고 그것을 수용하려고 하지만 다시 만날 생각은 없다. 자신들이 스스로 쌓은 원한을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귀신같이 비집고 들어오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피 한 방울도 안 섞인 계모와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길래 나는 이토록 고통받을까? 안 만났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다시 만나면 내 정신이 허물어질 것 같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여 입을 다물고 삐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맞고 싸우고 뒹굴어도 상대가 계속 변명만 하더라도 내 입장을 변론하고 상대도 입장을 변론하도록 계속 계속 기회를 주고 노력했었어야 했다. 지금은 오해가 너무 쌓여서 대서양과 태평양만큼이나 멀다. 그러기엔 나는 너무 약했고 어려서부터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 마음이 너무 여렸다. 나도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로 변론해 보자라고 하려면 내가 그 모든 상황을 책임질 능력과 여력이 있어야 했다. 그렇지 못했다. 하나님이 자식 같은 부모들로 인해서 쫓기듯 괴로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변론하고 다독이는 그런 강한 나로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13년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 괴로워 죽을 뻔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프리하게 살고 있습니다.

누구의 간섭을 싫어하고 스스로 권위를 추구하기에 프리랜서가 매우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서 만족하고 살아갑니다.

글을 쓰고 번역을 하고 많은 책을 읽습니다.

굴레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에 벗어났습니다.

자유로운 일상은 정신을 자유롭게 합니다.

이런 일상을 누리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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